결혼식에 축의금 5만 원 내고 남편이랑 밥먹고 간 친구
[축의금으로 얼마 해야 할까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고민글이다. 통념상 초대는 받았으나 딱히 친하지 않다면 5만 원, 조금 친한 사이라면 10만 원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둘도 없는 단짝 친구라던지, 가까운 친인척의 결혼인 경우 이보다 더욱 많은 액수의 축의금으로 축하 표시를 하거나 신혼집 살림에 필요한 가전기기 등을 함께 선물해 주는 케이스가 대다수다.
결혼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인 만큼 사회적인 통념과 친함의 정도를 고려하여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 관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오늘 사연의 주인공 A씨는 '단짝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로부터 5만 원에 달하는 축의금을 받으면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A씨의 고민을 같이 들어보자.
'4월의 신부'가 된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다수의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결혼을 했다. 또래들에 비해 결혼이 이른 편은 아니었던 터라, 그동안 많은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적당한 금액으로 성의 표시를 해 온 A씨.
물론 단짝 친구 B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A씨와는 달리 또래들 가운데서도 결혼을 빨리 한 편에 속했고, 때문에 B씨가 결혼할 당시 A씨는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만 원을 모아 정성스러운 편지와 같이 전했다. 감동받은 B씨는 결혼식이 끝난 후 A씨에게 전화해 "학생이라 돈도 없을 텐데 고맙다"라면서 감사 인사까지 했다.
두 사람은 B씨의 결혼 뒤로도 원만한 관계로 꾸준히 친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A씨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앞두고 평소 단짝이라 여겼던 B씨에게 결혼 사실을 알린 뒤 청첩장도 직접 만나 전달하고, 맛있는 밥도 샀다. A씨와 B씨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여태껏처럼 다정한 한때를 보냈다.
역시 친구가 좋다며 당시 좋은 기분으로 귀가했던 A씨. 그런데 정신없는 결혼식 당일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결혼식 당일은 워낙에 마음이 바쁘고 정신이 없어 누가 제대로 왔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법인데, 단짝인 B씨만은 한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B씨가 남편과 같이 왔기 때문. 남편과 같이 온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B씨의 남편은 무려 트레이닝복을 입고 A씨의 결혼식장에 등장했다. A씨는 친구 남편의 옷차림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와준 게 고마워 당황스러운 티는 내지 않았으며, 정신없는 와중에 행복한 결혼식을 마쳤다.
결혼식 당일 밤, A씨는 B씨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사실 나 축의금 내 것 밖에 못 넣었어. 대신 내가 다음에 밥 한 번 살게" B씨의 문자를 확인한 A씨는 결혼식장에 두 명이서 와서 식사까지 잘 해놓고 자기 몫만큼의 축의금만 넣었다는 사실이 조급 섭섭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문자를 받을 당시엔 축의금의 액수도 몰랐을뿐더러, 고맙게도 나중에 밥까지 산다고 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A씨가 행복했던 신혼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축의금을 정산하다 '단짝 친구'라고 여겼던 B씨가 축의금을 겨우 5만 원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편과 같이 와놓고서 말이다. 친구 사이에서 계산적으로 굴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식 뷔페 식대가 인당 7만 원대였는데, 축의금 액수가 5만 원인 것부터가 기분이 나빴으며, 게다가 오래전 A씨가 학생일 당시에도 없는 돈 모아 10만 원을 맞춰 성의 표시를 했는데 B씨는 결혼 뒤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축의금으로 겨우 5만 원을 냈다는 사실에 A씨는 큰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A씨는 B씨에게 섭섭한 마음과 화가 나는 마음이 뒤섞여 머리가 아팠으나, "오늘 내가 밥 살게 우리 집 놀러 와"라는 연락에 마지막 믿음을 가지고 B씨의 집으로 향했다.
A씨는 이제 B씨에게 떨어질 정도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B씨가 A씨를 불러내 대접한 음식은 배달 짜장면에 탕수육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A씨는 고뇌했다. B가 자신을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맞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동안 본인만 B씨를 '단짝 친구'라고 여기고 마음을 쏟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여태껏 괴롭기만 한 A씨. B씨가 평소 형편이 어렵다던지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이해라도 해보겠는데,
집을 매매로 샀다고 은근슬쩍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SNS에 늘 교외로 놀러 다니거나 필라테스를 하는 모습 등 충분히 생활을 즐기고 있는 사진을 업로드해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A씨는 B씨와의 관계를 그만 정리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솔직하게 섭섭함을 고백하는 것이 좋을까? 내내 속앓이 중인 A씨에게 과연 최선의 방법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