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망 밝지 않아...집 없어도 기다려라
[2019년 집값, 전문가에게 물어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했던 올해 주택 시장…전통 이론에 대입해보니
5대 핵심 변수인 실물 경기·정책·금리·수급·심리 중 4개가 '부정적'
벌집순환모형에서도 '하락' 결과…실수요자도 1~2년은 지켜봐야
작년 상반기까지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은 9·13 대책 뒤로 꽁꽁 얼어 붙었다. 2019년 대세 하락은 벌써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아직까지도 상승 여력이 남아있을까.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주택 시장 5대 변수 및 경기 변동 주기 모델을 바탕으로 “올해 주택 시장은 침체기로 전환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집값 하락에 대비해서 실수요자라 해도 1~2년 정도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다음은 고종완 원장이 예측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필자는 전통적인 부동산 경제론에 입각해서 올해 주택 시장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즉 실물 경기·정책·금리·수급·심리 등 5대 핵심 요인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면서, 벌집순환모형(Honeycomb- Cycle Model) 등 경기 변동론에 기반한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알아보겠다.
■ 주택시장 5대 핵심 변수 중 4개가 ‘부정적’
부동산 경제론에서 언급하는 5대 핵심 변수는 실물 경기·정책·금리·수급·심리 등이다. 이 중 수급을 뺀 모든 변수들이 올해 주택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부동산 경기와 연동되는 실물 경기는 올해 전망이 작년보다 좋지 않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5%, 한국개발연구원(KDI) 2.6%, 한국은행 2.7% 등 올해 대한민국의 예상 경제 성장률이 2.3~2.7%에 그쳐 작년보다 크게 낮다.
둘째, 정부 정책은 현재까지의 규제 기조를 상당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될 공산이 크다. 재건축 규제·금리인상·대출규제·전매 제한 등은 시장을 옥죄이는 메가톤급 악재임이 분명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 정책은 단기 안정 효과는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급을 줄면서 집값 급등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셋째, 금리 측면에서 저금리 기조가 마감되면서 미국발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 증가→수익률 하락→주택 수요 감소→가격 하락의 연결고리로 진행된다. 지난 4~5년간 집값 상승 배경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부분을 생각해보자. 단, 시중 유동 자금이 풍부하면서 선진국과 다르게 대한민국의 주택 시장은 거품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부동산은 주식 등 위험 자산과 다르게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이 단계적 및 소폭으로 이뤄질 경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넷째, 경제학 기본 원리인 ‘수요 공급’ 부분에서는 서울의 주택이 여전히 부족하기에 집값 상승 압력이 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8%로서 적정 주택보급률 105%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102.3%, 수도권은 98.6%로서 역시나 공급 부족 상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서울 3만8571가구로 작년보다 10.2% 증가한다. 하지만 경기(-25.3%), 인천(-18.7%), 지방(-22%)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얼마나 증감할 지가 변수이다.
다섯째, ‘부동산은 심리다’라는 얘기처럼 부동산 투자는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등이 함께 하락하고 있다.
■ 주택 경기 순환 모형도 올해 ‘하락’ 전망
5대 핵심 요인이 주택 시장의 단기변동성 예측에 유효하다고 가정한다면 순환 모형은 5~10년 중장기 예측에 유용한 방법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주택을 한번 매입하면 10년정도 길게 보유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2년을 내다보는 것도 중요하나 5~10년 후 미래 변화를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중 주택 경기 순환변동 모델 중 하나인 벌집순환모형(Honeycomb-cycle model)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벌집 순환모형은 주택 가격 및 거래량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벌집 모양의 6각형 패턴(1~6국면)을 보이면서 반 시계 방향으로 순환한다는 이론을 의미한다. 이 이론의 근거로는 주택 초과 수요 상태에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쳐짐에 따라 상승기 뒤에는 하락기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각 국면의 특징은 다음 그래프와 같다.
이에 따라 작년 서울 주택 시장은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아파트 값은 꾸준히 오르는 제2국면(호황기)에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거래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은 정점에서 보합 상태인 제3국면(침체 진입기)에 진입했다고 추측된다. 곧 거래량과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제4국면(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다.
이처럼 5대 핵심 변화 요인 중 올해 주택 시장에는 하락 요인이 상승 요인보다 많은 셈이다. 또 주택 경기의 변동 주기상으로 봐도 작년 말 고점을 찍으면서, 올해부터 조정기 내지 침체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무주택자도 최소 1~2년은 지켜보라”
이러한 불안 요인과 같이 글로벌 자산시장 조정과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위기까지 겹치면서 자칫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도 급랭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현재는 부동산 혹한기에 대비해서 자산 지키기, 안정적인 자산관리 계획을 짜야 할 시기다.
실수요자라도 최소 1~2년 시장 안정 여부를 확인하면서 그때 가서 또 다시 판단하는 신중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권한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봄이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서둘러 집을 사게되면 이익보단 투자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더 이상 안전자산·불패신화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